주세페 베르디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오페라 '운명의 힘'이 오는 16일(수)부터 19일(토)까지 4일간 대전예술의전당(관장 김덕규) 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운명의 힘'은 관현악의 조화와 비극적인 이야기 전개가 특징인 오페라다. 연인 사이인 레오노라와 알바로. 알바로가 실수로 레오노라의 아버지를 죽이고, 이에 레오노라의 오빠인 돈 카를로가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위해 그들을 추적하면서 펼쳐지는 복잡하고 잔혹한 운명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유명 오페라 연출가 이회수가 맡았다. 제목처럼 보이지 않는 '운명의 힘'에 이끌려 비극으로 가는 세 명의 주인공 ‘레오노라’ 역은 소프라노 조선형과 정소영, ‘알바로’ 역은 테너 국윤종과 박성규, ‘카를로’ 역은 바리톤 길경호와 김광현이 열연한다.또한 수도원장 ‘과르디아노’ 역에는 김대영과 이대범, 집시여자 ‘프레치오실라’ 역에는 백재은과 김혜영, 수도사 ‘멜리토네’ 역에는 김경천과 박천재, 노새마부 ‘트라부코’ 역에는 박푸름, 레오노라의 하녀 ‘쿠라’ 역에는 이호정이 출연하여 깊이 있는 성악과 함께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지휘에는 부산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자 지휘자 홍석원이 참여하고, 오페라 음악 반주는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대전예술의전당 김덕규 관장은 “베르디의 ‘운명의 힘’은 성악가들의 강력한 가창력과 섬세한 감정 표현을 요구하는 대작"이라며 "대한민국 최고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함께하는 이번 공연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공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올해로 78세고, 이 나이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음악가는 악기를 불문하고 무척 드물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한 지 68년째라는 사실이다.그는 1956년 열 살 때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며 데뷔했다. 백건우의 레퍼토리는 바로크부터 20세기까지 폭넓게 걸쳐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프랑스 음악과 낭만주의 음악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 둘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쇼팽 음악이야말로 그의 레퍼토리 가운데 가장 핵심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시적인 서정미가 두드러지는 그의 연주 스타일에 가장 부합하는 작곡가 역시 쇼팽이다. 그는 70년에 가까운 경력 기간에 이 작곡가와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난 1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 협연한 ‘피아노 협주곡 제2번’만 해도 그가 열두 살 때 처음 연주했고, 이후로도 셀 수 없을 만큼 연주한 곡이다.백건우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아무리 여러 번 연주해도 이 곡에 빚을 진 느낌”이라고 고백했지만, 내 생각에는 더 이상 그런 부채 의식을 지니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이번 무대는 특별하고 뛰어났다. 그 어느 악장에서도 기교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셈여림 대비와 표현이 지극히 명료했다. 선입견을 제거하고 들으면 20대 피아니스트의 연주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하지만 백건우의 연주에는 젊은 피아니스트라면 도달하기 어려울 깊이와 투명한 서정이 있었다. 그 어떤 까다로운 악구도 막힘없이 쉽고 유려하게 전달하는 그의 연주는 마치 수십 년 동안 함께해온 반려를 대하는 것처럼 무심한 듯하면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올해로 78세이고, 이 나이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음악가는 악기를 불문하더라도 무척 드물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피아니스트로서 활동하기 시작한 지 68년째라는 사실일 것이다.그는 1956년, 10세 때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면서 데뷔했다. 이후 그의 행보는 국내 피아노 연주사를 새로 써나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데뷔 이듬해에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국내 초연한 것도 그 일례이다.백건우의 레퍼토리는 바로크부터 20세기까지 폭넓게 걸쳐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프랑스 음악과 낭만주의 음악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 둘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쇼팽의 음악이야말로 그의 레퍼토리 가운데 가장 핵심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시적인 서정미가 두드러지는 그의 연주 스타일에 가장 부합하는 작곡가 역시 쇼팽이다. 그는 70년에 가까운 경력 기간에 이 작곡가와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난 1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 협연한 ‘피아노 협주곡 제2번’만 해도 그가 12세 때 처음 연주했고, 이후로도 셀 수 없을 만큼 연주했던 곡이다. 백건우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아무리 여러 번 연주해도 이 곡에 빚을 진 느낌”이라고 고백했지만, 내 생각에는 더 이상 그런 부채 의식을 지니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이번 무대는 특별하고 뛰어났다. 어느 악장에서도 기교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셈여림 대비와 표현이 지극히 명료했다. 선입견을 제거하고 들으면 20대 피아니스트의 연주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하지만 백건우의 연주에는 젊은 피아